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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저작권과 지식 플랫폼으로서 책의 미래
전자책 저작권과 지식 플랫폼으로서 책의 미래
전자책과 새로운 지식 생태계의 형성전자책은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도서를 디저털화하여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자책의 창작과 배포에 대해 독려하고, 전자책의 창작과 유통을 북돋우며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목표로 1971년 시작됐으며, 2018년 6월 기준 5만 6천 종의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다.
상업용 전자책은 1986년 CD-ROM이라는 전자출판물로서 처음 등장했지만 산업으로서 전자책 시장은 1990년대 후반의 정보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에 힘입어 형성됐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전자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며 관심이 급증했으며, 자체 단말기를 개발해 전자책 포맷을 개발하는 업체들의 경쟁 과열 현상이 일어났다. 하지만 전통적인 출판사들은 전자책 출판을 꺼렸고,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품질이 도외시 되면서 전자책 시장은 지금껏 더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 출판사들은 저작권자와 계약을 통해 종이책과 전자책의 출판권을 양도 받아 인쇄, 패키징, 유통 등 단순하고 선형적이며 참여가 닫힌(closed) 가치사슬에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전자책은 자율성을 지닌 다양한 참여자들의 서로 연결된 채 자발적 활동을 통해 책을 출판하는 새로운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출판사 중심의 출판 가치사슬에서 저자와 플랫폼, 독자 중심의 가치 네트워크 구조로 전환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 또는 창조적인 이용자들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제작하고 유통까지 하는 자가 출판(self-publishing)이 늘어나고 있으며 텀블벅, 스토리펀딩이나 브런치(brunch) 등 웹 콘텐츠가 종이책으로 출간되거나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책을 출판하려는 욕구를 지닌 개인 저자들이 대중화된 편집 도구를 사용하며 종이책 출판과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지식 생산 유통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종이책의 디지털화를 넘어 모바일 디바이스에 적응하는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거쳐 웹이 융합되면서 웹툰, 웹소설, 웹진, 앱북 등으로 다양해지며 다이내믹하고 복잡한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출판계와 전자책, 그리고 저작권 계약20년 가까운 역사에도 전자책 산업 생태계는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출판권이란 저작권자가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게 설정한 권리인데, 출판사들은 종이책 절판을 결정할 때 저작권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출판권 설정계약에 ‘전자책도 포함된다’고 명시하고도 전자책 출판 여부나 매출과 저작권료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저작권자가 본인 책의 절판 여부나 전자책 출판 일정을 전달 받지 못한 상태로, 출판권 계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잘못된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문제는 저작권자가 이런 상황을 겪게 됐을 때 공적 관리와 지원을 요청할 방안이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종이책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출간 1년 미만의 책 60% 이상은 절판되어 도서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보통 을의 입장에 있는 저작권자가 갑의 입장인 출판사에게 ‘절판 시 출판권이 자동으로 회수된다’는 계약 조항을 넣기는 쉽지 않다. 출판되지 않은 전자책 출판권 회수를 통보하는 법적 과정도 저작권자로서 큰 용기를 지니지 않고는 행동하기 쉽지 않다. 출판계는 좁은 네트워크이다. 매출에 따른 인세에 대한 보고가 정기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초판 인세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저자들과 출판계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이 현상은 출판계 불황을 넘어 지식이 생산되는 사회적 자산이 무너지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국내에서 교수와 연구자, 전문가들의 출판이나 다양성을 품고 있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출판 사례가 줄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갑을관계는 적절한 사회적 협의와 공공 부문의 중재를 통해 동료적 관계로 복원되어야 한다.

지식 플랫폼으로서 책의 미래를 위하여종이책과 전자책이라는 좁은 범주 정의에서 벗어나면 전자책, 웹툰, 웹소설, 웹진, 앱북, 멀티미디어 콘텐츠, 오디오북 같은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을 통해 스마트폰과 모바일 디바이스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방식이 책의 미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예정된 미래는 많은 문제의식과 변화를 요구한다.
지난 9 월 출판인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를 탈퇴하고, 현재 독립 저작권 보호단체인 ‘출판저작권신탁단체(가칭)’ 발족을 위해 설립 추진단을 구성 중이다. 주목할 것은 출판권은 저작권자에게 있으며 출판사는 출판권을 위임받은 존재라는 사실이다.
저작권은 저작자의 권리와 인접 권리를 보호하는 권리이다. 저작권자들로부터 출판권을 위임받은 곳들이 저작권을 관리한다는 시각 자체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디지털 콘텐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찾는 출판사의 입장과 지식 생태계의 선순환을 고려했을 때, 출판사나 출판단체가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저작권자가 종이책 출판권과 디지털 출판권, 2차 저작권까지 출판사에 양도하고 출판사가 디지털 퍼블리싱이나 2차 저작권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창작자의 기회를 제한하고 나아가 전자책 시장의 더딘 성장을 초래한다.
방송 작가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저작권료 관리를 위탁관리하게 하여 다양한 채널과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종이책 출판권과 함께 디지털 출판권과 2차 저작권까지도 출판사에 양도하면서 원천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창작자의 권리는 제한 당하고 있다. 저작권자들의 출판권 계약정보가 공적 단체나 기관에 등록되어 목적과 권리에 따라 종이책 출판에서 디지털 퍼블리싱 영역까지 공정하게 활용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갑을관계는 적절한 사회적 협의와 공공 부문의 중재를 통해 동료적 관계로 복원되어야 한다. 디지털 퍼블리싱의 관점에서 저자와 창작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활성화가 필요하다.
지식은 사회적 연결망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 공유, 전달, 학습되는 사회적 특징을 지닌다. 인간은 지식을 통해 기업이나 조직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창조하거나 서로 교환한다. 사회적 속성을 지닌 지식은 축적되는 성격을 지녔고 축적된 방대한 지식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을 때 그 지식은 사회적 재화가 된다. 세상에는 끝도 없는 지식들이 우리들에 의해 탐험되고 개발되고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식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작업은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며 지식은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다.


글 _ 공병훈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문예커뮤니케이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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