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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 ‘구름문’ 저작권 침해 소송의 주인공이 되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 ‘구름문’ 저작권 침해 소송의 주인공이 되다
콩을 닮은 모양 때문에 일명 ‘콩(The Bean)’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구름문(Cloud Gate)’은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으로 2006년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에 세워진 가로 20m의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 조형물이다. 조형물 하단에 걸어 들어갈 수 있는 터널이 있어서 누구나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구름문’은 시카고를 대표하는 공공미술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최근 이 작품이 특정 이해 단체의 홍보 동영상에 무단으로 사용됨에 따라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아래에서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된 조형물의 이용을 둘러싼 저작권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카고의 유명 공공미술작품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다소송의 발단은 2017년 6월 전미총기협회(NRA)가 ‘불끈 쥔 진실의 주먹(The Clenched Fist of Truth)’라는 제목의 홍보 동영상을 TV와 인터넷을 통해 광고하면서 시작되었다. NRA를 홍보하는 NRA 대변인의 내레이션이 삽입된 1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시위자들과 경찰들이 대치하는 장면들과 함께 아니쉬 카푸어의 ‘구름문’을 비롯한 할리우드 도심 상징물들, 렌조 피아노의 뉴욕타임스 빌딩, 프랑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뉴욕 센트럴 파크에 설치된 조각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워싱턴 DC에 소재한 링컨기념관 등이 등장한다. 이에 대하여 2018년 3월 아니쉬 카푸어는 NRA가 분열과 폭력을 조장하는데 자신의 작품을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면서 해당 동영상에서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6월 문제의 동영상에서 ‘구름문’ 이미지를 삭제하고, 저작권 침해에 따른 피해를 보상할 것을 요구하면서 NRA를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공 조형물과 파노라마의 자유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미술저작물이나 건축저작물의 경우 일반 공중이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도록 저작권이 제한되는 파노라마의 자유가 인정된다.➊ 1876년 독일 예술저작권법에 기원을 두고 있는 파노라마의 자유는 미국 저작권법 제120조에도 반영되었는데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 위치하거나 또는 공공장소로부터 통상적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는 건축저작물의 경우 해당 건축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이를 그림, 회화, 사진이나 그 밖의 회화적 표현물로 제작, 배포, 또는 공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를 포함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 저작권법상 파노라마의 자유가 인정되는 건축저작물은 건물, 건축도면, 또는 제도 등 유형적 표현매체에 수록된 건물의 디자인으로 건축저작물은 종합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디자인 내의 공간과 요소의 배열과 구성이 포함되지만, 개개의 표준적인 속성은 포함되지 않으며➋ 건물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영구적이고 고정된 구조물로 주택, 사무실 및 교회, 박물관, 정자와 같이 인간의 점유를 위해 디자인된 영구적이고 고정된 기타 구조물 등을 의미한다.➌ 나아가 미국 법원은 건축저작물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된 건축저작물 주위에 설치된 조형물 역시 건축저작물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바 있다.➍ 이러한 법 규정과 법원의 해석에 비추어볼 때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구름문’은 미국 저작권법 제120조의 적용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구름문’을 사용한 행위가 사소한 이용(de minimis) 항변이나 공정이용 항변으로 면책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소한 이용 항변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경우라도 이용된 분량이 극히 미미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TV 드라마의 주인공이 거리를 걷는 장면에 거리의 그라피티가 2~3초 나온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가 문제가 된 사안에서도 2018년 5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➎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도 문제의 동영상에 ‘구름문’을 포함한 행위가 사소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된 미술저작물이나 건축저작물의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를 둘러싼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➏ 건축물미술작품제도➐를 비롯한 다양한 공공미술 사업의 일환으로 공공장소에 조형물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➑ 향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의 결과를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필요가 있다.

➊ EU 저작권 지침은 공공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건축물 또는 조형물과 같은 저작물의 이용의 경우 복제권의 예외 또는 제한을 둘 수 있도록 회원국들에게 허용하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 제35조 제2항에서도 파노라마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1. 건축물을 건축물로 복제하는 경우, 2.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3. 제1항 단서의 규정에 따른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4.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건축저작물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➋ 17 U.S. Code § 101.
➌ 37 CFR 202.11(b).
➍ Leicester v. Warner Bros., 232 F. 3d 1212 (9th Cir. 2000).
➎ Gayle v. Home Box Office, Inc., 2018 WL 2059657 (S.D.N.Y. May 1, 2018).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TV 광고의 배경으로 건축물이 등장했던 ‘UV 하우스’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전체적인 틀과 디자인을 감득할 수 없는 일부분을 영상으로 사용할 경우까지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목적, 건축저작물을 보호하는 취지, 저작권법 제35조의 입법 이유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9. 12. 선고 2006가단208142 판결 참고.
➏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7년 4월 크루즈 선박의 외벽에 설치된 미술저작물과 같이 특정한 장소에 고정되어 있지 않는 저작물도 상시 공개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인정함으로써 파노라마의 자유를 확대 적용하였다. 반면 스웨덴 대법원은 2016년 4월 위키 미디어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예술작품의 사진을 저장하여 웹사이트를 통하여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➐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 설치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하도록 한 제도이다.
➑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물미술작품 이외에도 ‘마을미술프로젝트’와 같은 다양한 공공미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글 _ 박경신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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