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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의 귀환, 블록체인
저작권 권리자들의 공적이었던 P2P는 이제 저작권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기대를 받고 있다.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낸 사람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함으로써 창작의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저작물에서의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시대가 다가왔다.
저작권 산업의 적이 된 P2P 기술약 20여 년 전 저작권 산업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P2P(Peer to Peer) 기술의 등장이다. 특정 사업자가 운영하는 중앙 서버가 있고 여기에 이용자들이 접속하여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전통적인 ‘서버 대 클라이언트(Server to Client)’ 방식과 달리, P2P는 뚜렷한 운영주체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용자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각자 서버 및 클라이언트로서의 역할을 하는 ‘개인 대 개인(Peer to Peer)’의 네트워크이다. 사실 P2P는 인터넷의 열린 쌍방향커뮤니케이션의 혁신성을 가장 잘 구현한 기술이다. 특정 주체에 의존하지 않는 자율적인 개인들의 연결로 구성되는 개방형 분산 네트워크인 P2P는 최고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가진 정보 전달 수단이었다.
하지만 P2P는 등장하자마자 저작권 산업의 공적이 되어 버렸다. 안 그래도 인터넷을 불온하게 여기고 있던 저작권 산업에게 P2P 기술은 악당 그 자체였다. P2P 프로그램을 통해 너무나 쉽고 효율적으로 저작물의 공유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P2P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고,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배포한 사업자를 인터넷서비스제공자로 간주하여 이용자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법리상 만만치 않아 권리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특히 음악산업은 1999년 등장한 미국의 냅스터나 2000년에 국내에서 시작된 소리바다 등 인기 있는 P2P 프로그램의 확산으로 논란이 제일 거세었다. 이에 음반제작자 등 권리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고, P2P는 한동안 저작권법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결국 수년간의 논란과 법적 쟁송을 거쳐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P2P 프로그램 제공자에게 간접책임을 묻는 최고법원의 판단이 나옴으로써 P2P를 둘러싼 분쟁은 P2P의 패배로 일단락되었다. P2P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대중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P2P에서 신뢰성 갖는 블록체인의 등장그러던 P2P 기술이 다시 세상을 흔들고 있다. 바로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은 보통 합의 알고리즘에 의한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로 설명되지만 그 핵심은 P2P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함의를 이해하려면 이전의 P2P 프로그램이 왜 저작물의 불법 복제에 주로 사용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가장 효율적인 정보 내지 가치 교환수단인 P2P가 상거래 등 적법한 거래에 활용되지 못하고 고작 저작물의 불법 공유에 머물렀던 이유는 신뢰를 담보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 집중 네트워크의 서버 운영자나 플랫폼 사업자와 같이 참여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면서 이용자들 사이의 행위를 기록하고 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주체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를 믿고 유의미한 거래를 하기가 곤란했던 것이다. 또한 상거래를 위해서는 지급, 결제 서비스가 필요한데 P2P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니 잘못되어봤자 무료로 다운받은 저작물에 하자가 있는 정도에 불과한 저작물의 공유에 머물렀던 것이다.
블록체인은 플랫폼사업자와 같은 중간자 없이도 P2P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모든 정보시스템과 거래 서비스는 데이터의 기록과 보관이 핵심이다. 블록체인은 특정인의 통제 없이 참여자들의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이를 모든 참여자들이 복사하여 보관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조작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P2P 프로토콜을 본격적인 신뢰플랫폼으로 승격시켰다. 또한 데이터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이중지불(double spending)이 방지된다는 것은 일정한 데이터를 화폐와 같은 지급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특정 자산을 연계시킬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바, 암호토큰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신뢰성을 갖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P2P 프로토콜에 의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냈고, 이는 막대한 힘을 가진 중간자(middle man)에 의한 왜곡이 없는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C2C 시장을 의미한다.

공유지의 비극 해결 가능한 기술P2P 시스템의 고효율, 저비용의 특성과 함께 블록체인이 갖는 투명성, 불변성의 장점은 저작권 등록이나 인증제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블록체인에 권리정보나 라이선스 정보가 타임스탬프와 함께 기록됨으로써 손쉽게 권리를 공시하고 인증할 수 있는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법적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등록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거나 연계 서비스를 확대하여 등록으로 인한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저작권 등록을 독려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투명성, 비가역성, 신뢰성은 이용료 정산, 배분에 있어서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사전에 정해진 바에 따라 집행이 보장되는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이용료의 징수와 배분의 미이행에 따른 다툼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즉시 결제, 거래내역 확인을 통하여 이용료가 즉각적으로 징수되고 바로 분배되는 시스템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아주 작은 단위의 결제도 가능한 암호화폐가 지급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종량제와 결합한 소액지급 시스템의 구축이 가능하고, 이것이 마이크로 라이선싱과 결합되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이용허락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이 가는 것은 블록체인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저작물에서의 공유지의 비극은 창작물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낸 사람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함으로써 창작의 인센티브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저작물과 같이 비경합성을 갖는 무형물인 정보는 생래적으로 공유재의 특성을 갖는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술적 조치나 법적 수단을 사용해서 저작물을 배타적으로 관리하고 예외적인 이용허락을 통해 보상을 받고자 했던 것이 기존의 저작권 산업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배타적 관리는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저작물의 문화적 효용과 가치를 축소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와 같은 자발적인 저작물 공유 운동이 등장하였는데,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는 완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저작물의 공유는 모든 이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지만 창작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하여 이를 내부화하지 않으면 생태계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블록체인과 암호토큰은 이전에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가치를 토큰화하고 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치에 기여한 행위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이른 바 토큰 경제(Token Economy)를 구현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가져 올 혁신은 아직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기술적인 실현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고, 기존 시스템의 저항과 규제 체제와의 충돌로 제도적인 실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하지만 20여 년 전 그 혁신성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좌절했던 기술의 새로운 도전은 여러모로 흥미진진하고 기대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했던 저작권 산업이 블록체인 시대에 어떤 변화를 겪을지 지켜볼 일이다.

P2P의 귀환,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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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프로젝트 리드, 전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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