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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 주는 유튜버, 북튜버
책 읽어 주는 유튜버, 북튜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텍스트도 이제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재활의 길로 들어섰다. ‘북튜버’ 얘기다. 게임 중계, 메이크업 비법, 먹방(먹는 방송) 등으로 시작된 1인 크리에이터 열풍이 도서 분야까지 확대되며 북튜버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도서 분야까지 확대된 유튜버 열풍텍스트는 사라지고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다. 아무리 맛깔난 글도 시시콜콜한 영상 앞에선 외면당하기 일쑤다. 영상의 최강자로 떠오른 유튜브는 이런 흐름에 맞춰 그간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음악, 뷰티, 패션, 게임, 음식 등 듣고 보는 모든 콘텐츠는 유튜브라는 하나의 채널로 모이면서 1인 미디어 시대를 이끌었다. 유튜브 덕에 크리에이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일상을 에워싸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곧바로 ‘유튜브화’됐다.
책(Book)과 유튜버(Youtuber)를 합친 말인 북튜버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책이라는 콘텐츠를 1인 크리에이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해주는 게 핵심이다. 정적인 책과 동적인 유튜브의 만남은 어색한 조우 같지만, 읽는 행위를 넘어 보는 재미로 수렴하는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수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튜버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책 한 권을 3분짜리 영상으로 간략하고 쉽게 소개한다. 수 시간을 집중해 책 한 권을 봐야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그 책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만 건지는 소비자의 목적에 최적화한 루트로 공략하는 셈이다.
지난해 미풍으로 시작해 열풍으로 번진 북튜버의 존재는 이미 스타급이다. 국내 대표적인 북튜버 채널 중 하나인 ‘겨울서점’은 구독자가 3만 명이 넘고 최소 1만 회에서 많게는 1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동영상도 부지기수다. 현재 인기 있는 북튜버들은 ‘겨울서점’을 포함해 ‘책읽찌라’, ‘죠앤’, ‘초코붕어빵’ 등이다. ‘겨울서점’의 북튜버 김겨울씨는 5가지 분야로 책을 소개한다. <낭독의 즐거움> 코너는 책 본연의 내용을 압축해 전달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집중적으로 읽어준다. <분석과 한줄평> 코너에서는 북튜버의 분석과 평가가 이뤄지고 <굿즈리뷰>에선 책 구매 시 제공되는 굿즈들을 소개한다.
‘소사장소피아’ 채널은 ‘~하는 법’을 주제로 정해 차별화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 시간관리법 등 주제를 정해놓고 책 내용에서 발췌해 알려주는 식이다. 본명보다 닉네임 ‘책읽찌라’로 유명한 북튜버 이가희씨는 지식채널e와 같은 포맷으로 영상 자체의 긴장감을 높인다. 각종 그림과 삽화, 음악을 내용에 적절히 섞어가며 지루한 순간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동그란 안경과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한 말투까지 책 고유의 본질에 다가가는 외형적 배경에도 주목한다.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른 북튜버국내 북튜버들은 아직까지 유튜브라는 동적 영상보다 책이라는 텍스트에 더 힘을 쏟는다. 읽는 행위를 보는 행위로 비약적 변신을 하기엔 위험이 따르기 때문. 하지만 외국에선 이미 책의 동적화가 구현됐다. 3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북채널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는 책의 주인공처럼 왕관을 쓰거나 지팡이를 들며 책을 읽어주고 스릴러 장르를 소개하기 위해 기괴한 화장을 하는 등 책에 드리운 지루한 이미지를 단박에 날려버린다. 이와 비슷하게 시도할 가능성이 무한한 국내 북채널 시장에서도 머지않아 특이한 역동성을 내세운 콘텐츠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튜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북튜버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올랐다. ‘책읽찌라’의 이가희씨는 한 달 수입으로 1,000만에서 1,500만 원 사이를 벌어들이고 3분 영상을 준비하기 위해 책 한 권과 1주일 내내 씨름하기도 한다. 이씨는 “직업으로서 장기적인 활동을 하려면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며 “북튜버의 가장 큰 목표는 ‘나도 이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구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 책의 해를 맞아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도 책을 소재로 한 동영상 공모전 ‘나도 북튜버’를 펼치며 시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이 책을 읽는 행위라는 점에서 해석의 관점이 달라진 것이다.
정은숙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은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책 읽는 문화 홍보의 파급력에 주목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책과 접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튜버의 활동은 죽어가는 출판 시장을 살리는 촉매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책읽찌라’의 경우 책 소개 영상이 공개된 후 신간 주문량은 1주일 사이 2.6배(163%) 증가했다. 책에서 관심이 멀어진 독자를 향해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가 미처 보지 못한 책 이면의 다양한 이야기를 섞는 북튜버들의 또 다른 창조에서 구매력이 증가하는 셈이다.
1년에 7만 권이 쏟아지는 출판 시장에서 주요 서점에 입점할 수 있는 책은 정해져 있다. 책을 제대로 홍보할 경로를 찾지 못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1인 북 크리에이터의 존재를 달가워할 수밖에 없다. 각기 다른 색깔과 스타일을 지닌 북튜버들은 이런 주류 시장에서 소외된 좋은 책을 소개함으로써 시장의 기회 균등과 의미 있는 콘텐츠 발굴에 앞장서는 역할자로서도 호평받고 있다.

저작권 침해 가능성은?북튜버들은 책을 주로 소개하지만, 이를 구성하는 요소나 배경에 이미지나 음악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경우 저작권 침해 소지는 없을까. 유튜브에 올라간 대부분의 영상에 쓰이는 저작권 관련 콘텐츠들은 유튜브가 소위 통으로 지불한다. 개인 영상물의 저작권 콘텐츠는 유튜브가 관련 단체와 일괄적으로 협의해 지불한다는 얘기다. 가령 음악저작물의 경우 유튜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요율을 정해 한꺼번에 지불하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다시 관련 단체인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에 재분배한다.
하지만 저작권 단체들은 요율이 너무 적다며 지금도 계속 유튜브와 협의 중이다. 이미지나 시 같은 문학 텍스트는 어떨까. 이 역시 관련 단체와 협의사항으로, 음악 신탁 단체들보다 활성화가 덜 된 분야라 딱히 저작권 문제 소지가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은 없지만, 혹여나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문예 등 분야에선 현재 유튜브나 네이버 등 콘텐츠 플랫폼과 협상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저작권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일괄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8.3권으로 1994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은 갈수록 다른 선진국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지만, 독서는 늘 초라한 성적표를 찍으며 문화 소국이라는 멍에를 짊어지는 형국이다. TV 예능만큼 재미있는 북튜버의 활약은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필요하고 중요하다. 동영상 책 콘텐츠의 스밈이 어디까지 깊어질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영상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콘텐츠 활용법이라는 점에서 또 인문학의 접근을 더 수월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아야 할 듯하다.


글 _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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