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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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응원가 저작권 논란의 법적 쟁점과 개선 방안
프로야구 응원가 저작권 논란의 법적 쟁점과 개선 방안
저작권은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두 가지로 나뉜다.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재산적인 권리인 저작재산권, 그리고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한 정신적·인격적 권리를 말한다. 프로야구 응원가 저작권 논란의 핵심 쟁점은 저작인격권으로, 그중에서도 동일성유지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법적 쟁점을 자세히 살펴보고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노래방지난해 프로야구 관람객은 840만 명이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6명 중 한 명이 야구장을 찾은 셈이다. 1982년 출범 당시 143만 명도 대단한 숫자였는데, 이제는 가히 국민 스포츠라고 불릴만하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야구장을 찾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배경에는 ‘응원가’의 역할이 크다. 단순히 치어리딩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선수마다 개인 응원가가 있고 팀마다 상황별 특별한 노래가 있다. 전광판에는 가사가 나타나고, 대형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에서 2만여 관중이 떼창하는 광경은 관광명소로 꼽기에도 무리가 없다.➊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응원가들이 사라져간다. 저작권이 문제라고 한다. 타 팀의 팬들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이글스의 정근우’, ‘허니허니 민병허니’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메인 테마곡과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허니허니’의 저작자로부터 끝내 동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작곡가의 소송 제기가 본격화된 이후 구단들은 음악 사용을 더욱 자제하고 있다. 노래만으로도 팬들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키던 엘지트윈스 박용택 선수나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등장곡 ‘나타나’, ‘오리 날다’도 지금은 들을 수 없다.
응원가를 부르지 못하게 만류하는 응원단장에게 ‘내 입으로 노래도 못 부르냐’며 실랑이가 벌어진다. 롯데 응원가로 너무나 유명해진 ‘부산갈매기’의 저작자가 수십억 원을 요구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돈에 눈이 먼 작곡가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한편에서는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저작권료를 안 내냐며 구단에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가 포함되어 있다.
우선 구단들이 이제까지 음악 저작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지내 온 것은 아니다. 만족스러운 액수는 아니었겠지만, 국민의례에 사용되는 애국가에 대해서까지 사용료가 징수·분배되어 왔다.➋ 그러니까 야구장 응원가의 법적 쟁점은 무단 복제나 불법 업로드와 같은 일상적인 저작권 침해와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바로 ‘저작인격권’, 그중에서도 동일성유지권이 문제의 핵심이다.

저작재산권과는 또 다른 권리 : 저작인격권복제권이나 공연권, 방송권 등 우리가 저작권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으로 저작재산권이다. 그런데 저작권법에는 저작재산권 외에 저작인격권이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저작인격권의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 저작권자에게 허락받고 사용료까지 냈는데 또 다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당한 구단들은 다소 당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용료는 저작재산권자에게 지불한 것이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저작인격권자이다. 저작인격권은 창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인격적·정신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적 권리인 저작재산권과 구분된다.
동일성유지권의 유래는 프랑스 법원이 1814년 출판업자가 저작자 동의 없이 원고의 내용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데, 구체적 구현 형태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제13조에서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명문화하고 있다. 저작권자에게 복제나 공연 등을 허락 받았더라도, 저작물의 왜곡·삭제 등을 하는 경우 창작한 저작자에게 재차 문의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도 출판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작가의 동의 없이 소설의 결말을 바꿔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일성유지권은 관행적으로 행해온 일상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법원은 소위 ‘핸드폰 벨소리’ 사건에서 원곡의 일부를 부분적으로 발췌하여 벨소리와 통화 연결음으로 판매한 사안에 대하여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한 적이 있다.
핸드폰 벨소리를 3-4분씩 들려줄 수는 없으니 일부만 이용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저작자 동의 없이 저작물의 변경이 이뤄진 이상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시한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08. 9. 23. 선고 2007나70720 판결). 방송사 PD들도 걱정이 많다. 무한도전 100회 특집에서 출연자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가사를 재미있게 바꿔 불렀는데, 방송 이후 김태호 PD는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MBC가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했지만 저작인격권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사를 바꿔 부르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저작권법을 모르면 ‘PD 하다 잡혀간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저작인격권에 대해 추가적인 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보인다. 저작인격권을 재산권처럼 행사하려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현재 협상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경제적 보상’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작인격권은 저작재산권과 달리 ‘돈의 문제’를 다루는 영역은 아니다. ➌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등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기를 맞이하여 리메이크곡들이 인기를 끌고 원곡이 소위 ‘차트 역주행’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잊혀져가던 추억의 노래들이 다시 방송에서 주목받고 음원도 팔리면서 창작자의 수익도 늘어난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음악이 변경되는 것을 싫어하는 작곡가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한다. 저작물은 창작자 인격의 반영이라는 시각에서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brain child) 노래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형되어 불려지는 것을 용납하기 곤란하다면, 저작인격권을 근거로 이용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이다.➍ 방탄소년단의 멘토로 더욱 유명해진 작곡가 방시혁 씨는 리메이크를 허락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슈가맨 2>에 출연한 위치스의 하양수 씨는 ‘떴다!! 그녀’ 노래의 “좋아 좋아 니가 와서 좋아” 부분을 개사하여 선거송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억대의 수입을 벌었다고 얘기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튜브 조회수 15억 회를 넘어선 핑크퐁 ‘아기 상어’의 스마트스터디는 선거 로고송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➎ ‘동요가 정치적인 이슈에 개입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돈을 많이 준다고 허락해줄 것 같지는 않다. 2017년 독일 연방대법원은 설령 사용료를 납부했더라도 원치 않는 정당이 선거 유세 중 자신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당시 극우정당인 국가민주주의당(NDP)이 2014년 튀링겐 주 의회 선거운동 기간에 시장 광장에서 선거운동 중 배경음악으로 “Wenn nicht jetzt, wann dann”와 “Jetzt geht’s los”를 이용하였는데, 이 정당은 헌법질서에 반하는 정당으로 분류되고 있었으며 창작자인 H hner는 이 정당이 자신의 음악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NDP의 선거운동에 H hner의 허락 없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저작물의 왜곡으로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➏

상생의 길을 찾아서저작권법은 문화발전을 최종적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경고장과 고소, 막대한 손해배상이 먼저 떠오른다. 저작권법이 저작물 이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몇 년 전 라디오를 듣다가 대학 다닐 때 제일 좋아했던 응원가의 원곡이 Pet Shop Boys의 ‘Go West’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➐ 응원가의 상당수는 유명한 노래를 편곡하거나 가사를 바꾼 것인데 수많은 대학의 응원단은 저작권법에서 안녕하신지 걱정이 된다. 응원가에 목마른 야구팬들은 공식 응원단이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노래들을 원정팀 응원석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다. ‘팬들이 선수의 등장곡을 자발적으로 부르는 것은 상관없다’는 보도가 있었는데,➑ 정말 그런지도 걱정이다. 출구를 모르는 어둠 속에서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베른협약에서는 ‘명예나 명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왜곡 등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다. 대법원에서는 동일성유지권의 범위를 제한하는 판례가 나왔다.➒ ➓ 레이디가가의 메가히트곡 ‘Bad Romance’를 원곡으로 한 엘지트윈스 양석환 선수의 응원가는 오늘도 야구장에서 흥겹게 울려 퍼진다. 저작인격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자칫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➊ 2017년 10월, 부산관광공사는 사직야구장을 ‘가볼만한 추천 여행지’로 발표했다.
➋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03년 부천SK와 대전시티즌 등 2개 프로축구구단을 애국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바 있다. “[음악]음악저작권協 “축구장 애국가 사용료 내라”, 동아일보, 2003. 12. 13. 몇 년 전 ‘저작권 기증’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된 애국가 저작권 논란에서, 경기장 국민의례를 위하여 연주되는 애국가에 대해서조차 저작권료가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➌ 오히려 저작인격권이 강화될수록 재산으로서의 가치는 trade off 될 수 있다. 「著作權法」,中山信弘, 有斐閣 (2007).
➍ 2012년 MBC <나는 가수다> 12라운드에서 가수 테이가 부른 ‘넌 할 수 있어’는 원곡의 저작자인 강산에 씨의 요청으로 음원 공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역시 안치환 씨 측의 의사에 따라 음원 서비스가 불허된 바 있다. 김범수 씨가 불렀던 ‘그대의 향기’에 대해서도 유영진 씨와의 협상이 결렬되어 음원 판매가 금지되었다.
➎ 자유한국당이 원작자인 조니 온리(Johnny Only)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조니 온리는 원곡이 구전되어 온 chant라고 밝혔으며, ‘Baby Shark’는 호주 ABC Kid TV 버전처럼 다양한 편곡이 존재한다.; 스마트스터디는 오히려 저작권 침해로 피소당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대해 “핑크퐁 상어가족은 편곡, 번안, 개사 등 리메이크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추구하였으며 저작권은 스마트스터디에게 있다”고 항변한 바 있다. http://enews24.tving.com/news/article.asp?nsID=1290476
➏ BGH, Beschluss vom 11. 05 2017 - I ZR 147/16. http://juris.bundesgerichtshof.de/cgibin/rechtsprechung/document.py?Gericht=bgh&Art=en&nr=79670&pos=0&anz=1
➐ 그 이전에 Village people의 ‘Go West’가 있었다.
➑ “‘오리 날다’ ‘풍문으로 들었소’ 등 선수들 테마송 5월 1일부터 중단”,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42516& code=12110000&cp=nv
➒ 소위 ‘금영노래방’ 사건에서 음악저작물이 일부 이용 중 “저작물에 표현된 저작자의 사상·감정이 왜곡되거나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이 오인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1다101148 판결.
➓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한 저작인격권 침해가 되더라도 형사벌의 대상은 아니다.


ㅡ글 _ 최진원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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