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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이 깃든 것은 다르다
창조성이 깃든 것은 다르다
다른 회사의 제품 홍보용 이미지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한 회사가 있다. 저작권 침해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주요한 근거는 촬영자의 ‘창조성과 개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진의 창작성의 범위와 판단 근거를 확인해 본다.

아무도 모르게 무단 도용5년간 열심히 모은 돈으로 드디어 자신의 집을 갖게 된 부부 강찬혁과 이수연은 새 집에 어울리는 새 가구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말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가구점에 들어간 이수연은 여기저기서 받아온 카탈로그를 한데 모아 놓고 구경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신혼 땐 여유가 없어 겨우 침대만 새로 샀을 뿐인데 새로운 가구를 구입한다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때 마음에 쏙 드는 가구장 사진을 발견하고 남편에게 보여줬다.
“여보, 이거 어때? 디자인도 깔끔하고 편리할 것 같아. 앤티크한 스타일을 원했는데 그런 느낌이야.”
강찬혁은 아내가 보여준 사진 속 가구장을 봤다. 정말 예쁘다고 말하려던 강찬혁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사진을 들고 찬찬히 가구장을 살펴봤다. 왠지 모를 기시감에 한참 기억을 되짚었고 그것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촬영한 가구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색감이 조금 다르고, 일부분이 잘리긴 했지만 분명히 회사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가구업체가 어디였더라…맞다, 아마존드림!’ 반가운 마음에 카탈로그에 적힌 가구업체의 이름을 확인했다.
강찬혁은 당황했다. 아마존드림이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 트리알파였다. 강찬혁은 자신이 헷갈렸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마존드림 대표 서중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구 사진을 멋지게 찍어줬던 회사의 직원에게 전화를 받고 반갑게 인사를 했던 서중한. 강찬혁의 설명을 듣고 그가 핸드폰으로 보내준 카탈로그 사진까지 확인한 후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중한은 말없이 사진을 들여다봤다. 붙박이 가구의 앤티크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구장 내부와 주변에 의류, 수납함, 옷걸이 등 각종 소품을 배치해 촬영했던 자신의 회사 사진과 너무나 똑같았다. 서중한은 고심 끝에 카탈로그에 표시된 업체인 트리알파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창조성이 깃든 것은 다르다
저작권 침해자의 적반하장서중한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마침 업체 대표인 지석환이었다. 서중한은 자초지종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잡길 원한다며 최대한 매너 있게 이 상황에 대해 어필했다. 그러나 지석환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이렇게 뻔뻔한 태도로 나올 걸 예상하지 못했던 서중한은 잠시 말없이 전화기만 들고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지석환은 더 큰 목소리로 따지듯 말했다.
“나무로 만든 가구 사진이라는 게 누가 찍어도 비슷하게 나오는 법 아닙니까? 사진의 주변 부분을 잘라냈고 좌우도 바꿨습니다. 심지어 색조에 변화도 줬어요. 잘 알만한 분이 갑갑하게 왜 이러세요? 그것도 비슷한 업종에 종사한 사람이 겨우 이런 걸로 따집니까!”
지석환은 서중한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말끝을 자르고 화를 내거나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앞세워 궤변을 늘어놓았다. 결국 서중한은 저작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전화를 끊어야 했다. 10년의 직장생활을 접고, 고민 끝에 이제 막 아마존드림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서중한은 처음 겪는 일에 매우 당황했다. 큰 목소리로 윽박지르는 무례한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억울한 기분에 마음이 괴로웠다. 서중한은 밤새 고민한 끝에 법의 힘을 빌어 이 억울함을 풀기로 결심했다.
아마존드림 대표 서중한과 트리알파 대표 지석환은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만났다.
어두운 얼굴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중한과 달리 지석환은 당당한 얼굴로 꼿꼿이 고개를 들고 빙긋이 미소까지 지어보이며 말했다.
“사진에 등장하는 가구를 제작한 업체로부터 사진을 이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강찬혁의 회사로부터 사진에 대한 저작재산권 일체를 양수 받은 서중한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황당하고 억울해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법정에서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헛일이 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업 시작부터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걸까. 서중한은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판사의 판결을 기다렸다. 신중하게 서류를 검토하던 판사는 드디어 판결을 내렸다.
“트리알파가 제작한 카탈로그에 실린 이 사건의 사진과 그 반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이미지 파일과 인쇄용 필름을 모두 폐기하라”
아마존드림의 손을 들어준 판결에 서중한은 고개를 들었고 동시에 지석환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판사는 계속 말했다.
“아마존드림에게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년 6월 29일부터 2018년 2월 13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창조성이 깃든 것은 다르다
고유한 창조성의 승리서중한은 소송 결과를 궁금해 하고 있을 강찬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법원이 아마존드림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에 강찬혁은 반가워하며 그렇게 된 자세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보다 정확한 이유와 논리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서중한은 최대한 판사의 말을 살려 전해줬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요구되므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하더군요. 이 사건 사진은 저희 붙박이 가구의 판매광고용 사진으로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가구제품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제품 소개와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과 소품의 배치, 배경과 구도의 설정 등에 촬영자만의 발상과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보았고 법원은 사진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죠.”
“당연히 그렇죠.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사진에 등장하는 붙박이 가구 제작업체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다고 했다면서요. 그래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데요.”
“그건 아니었어요.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자는 사진의 유일한 저작재산권자인 아마존드림만 해당하기 때문에 트리알파는 아마존드림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어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큰 손해를 입을 뻔 했어요”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인사하는 서중한의 말에 강찬혁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에요. 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어요. 무엇보다 법원이 정의롭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것이 더 고맙게 느껴지네요. 그동안 맘 고생하셨을 텐데 힘내세요.”
전화를 끊은 강찬혁은 문득 서중한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린다. 첫 사업에 대한 설렘과 애정으로 촬영하는 내내 눈을 반짝이며 곁에 서 있던 서중한의 모습에 더욱 열심히 촬영을 했던 강찬혁이었다. 사업을 잘 꾸려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서중한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고 하니 저절로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강찬혁은 불미스러운 일이었지만 올바른 판결을 받게 된 서중한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동안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던 짐이 봄날의 눈처럼 스르르 사라졌음을 느꼈다.


창조성이 깃든 것은 다르다
이 이야기는 가구제조 도소매업 업체가 유료로 촬영한 가구 이미지 촬영 사진을 다른 업체가 일부 수정하여 홍보용 카탈로그에 게재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8. 2. 13. 선고 2017가합53729 판결]
원고는 유료로 촬영한 제품 이미지 사진을 일부 수정하여 본인 회사의 카탈로그에 활용한 피고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의 사진이 촬영자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사진저작물로 인정되기 때문에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글 _ 정용준 소설가, 〈바벨〉,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가나〉 등 집필 그림 _ 이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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